연재칼럼

제목: ‘빠름, 빠름, 빠름 ~~’
작성일: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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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 빠름, 빠름. LTE WARP....'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로고송입니다.

이전 3G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빨라야 최고다, 심지어 지금 바꾸지 않으면 세상의 흐름에 뒤처지고 왕따를 당할 것 같은 불안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방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쓰던 노트북가방을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셀레론 노트북이 들어 있습니다.

그 노트북을 살 때만 하더라도 최고 사양의 15인치 노트북이었습니다.

전원을 연결해 윈도우를 시동했습니다. 윈도우 XP입니다.

윈도우가 시동되는 속도나 파일을 클릭해 프로그램을 돌릴 때 속도가 답답하리만큼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아휴 이걸 어떻게 썼지?’ 생각이 듭니다.

이미 최신 기종 컴퓨터의 ‘빠름빠름’에 익숙해져 있어 그런 겁니다.

비절개 모발이식을 처음 배울 때 참으로 힘들었었죠.

무료환자를 시술하며 하루 종일 한 것이 500모낭입니다.

모낭을 펀치해보고 손상이 됐나 살펴보고, 이렇게 펀치를 하면 괜찬은지, 저렇게 하면 괜찮은지 고민하고 나온 모낭도 현미경으로 다시 확인을 해보고...

시간당 500모낭이상 펀치를 하는 Dr Cole이 볼 때는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당시에 관심은 손상이 되지 않게 절단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5% 이내의 손상율을 얻기 위해 두 번 세 번 들여다보면서 조심스럽게 펀치를 했었죠.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은 후 이제 관심은 스피드입니다.

하루 8시간 기준 시술 가능한 양을 점차 늘여야 하니깐요. 목표가 생기고 열심히 해야되는 동기가 된 것입니다.

하루 1000모낭을 시술했을 때, 또 하루 1700모낭을 시술했을 때, 그 때의 성취감은 뭐라 말할 수 없었죠. 나도 이제 중간은 하는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으니깐요.

지금은?

하루에 3500모낭도 시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12시간 수술시간이 걸리지만요.

긴 수술시간에 몸은 지쳐있지만 손이 아직 안굳었구나, 아직 쓸만하구나 !! 가슴 뿌듯합니다. 가끔은 나 자신이 자랑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긴 시간을 시술하는데 있어서 의사나 환자나 힘이 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는 하루 2만번 이상 손으로 펀치를 회전시켜야 하고 환자는 하루 종일 의자에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닙니다.

그러다보면 어떻게 수술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좀 더 빨리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수술진행을 하며 시간을 지체시키는 불필요한 군더더기 과정들은 통제를 합니다. 그러나 한 모낭 한 모낭 조심스레 채취를 하는 과정은 더 이상 통제할 수는 없더군요. 수술 시간을 좀 줄일려고, 또는 시술하는 내가 좀 편해지자고 최상의 결과를 방해하는 시도는 할 수가 없습니다.

옛날 손으로 하나하나 모내기하던 시절은 지나고 기계로 모내기를 하듯이 모발이식도 기계화가 많이 되었습니다. 슬릿방식보다 식모기방식을, 매뉴얼펀치보다는 전동식펀치로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병원은 원시적인 방식을 고수를 하고 있습니다. 매뉴얼 펀치와 슬릿방식. 그러나 지금의 시스템에 불만은 없습니다. 자동화된 시스템보다 더 좋은 결과를 꾸준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기구의존형이 아니라 사람의존형 시술인 셈입니다. 당연히 저는 병원스탶들을 아끼고 자랑스럽습니다.

가끔씩 상담환자분들이 전동식은 사용하시지 않을 거냐 물으시는데

글쎄요, 정말 획기적인 기계가 나오거나 내 육체적인 한계가 나타난다면 고려해보지 않을까요? ^^

이젠 모낭채취를 하는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양치를 할 때 칫솔을 사용하다 전동칫솔이 나오고 이젠 입만 벌리고 있으면 로봇이 양치를 하는 것과 같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될 문제는 많이 있습니다.

2008년 비절개모발이식을 국내에 도입하며 받은 가장 많은 비판중 하나가 “동양인의 모발은 성질의 서양인의 것과 달라서 비절개 시술시 모낭 손상율이 너무 높아 한국인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시술해오면서 시술결과가 증명을 했듯이 이 주장은 잘못된 편견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비절개방식을 또다른 진보된 모발이식방법으로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로봇시술의 경우 아직 동양인에 있어서 손상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고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내에 도입한 병원에서 무료시술채험자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듯 합니다. 서양인에서는 평균 8% (2~40%)로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채취속도에 있어서 전동식펀치나 심지어 매뉴얼펀치보다 더 빠르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 외 시술운영상에 있어서 수술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남아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채취후 이식이 완료될 때 까지의 시간이 아직 많이 걸리기 때문에 비절개모발이식에 있어서 얼마나 획기적인 기계가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4억이 넘는 기계값과 지속적인 로열티 지불에 따른 외화유출 등 좀더 고민을 해봐야 될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지만 가끔씩은 아직까지는 느림과 정성의 손길이 필요한 것도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진정한 모발이식의 장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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